직장생활을 오래 하다보니 그 만큼 세월의 흐름도 많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반짝 떴다가 사라져간 키워드들을 몇 가지 적어보겠습니다. 먼저 뱀발로 이야기를 하면, 사라져간 키워드들의 대부분은 정부에서 반짝 지원하면서 띄웠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만큼 이러닝/에듀테크 업계는 정부의 영향력이 매우 크게 작용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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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쿼터스 컴퓨팅

유비쿼터스 컴퓨팅이라고 하는 키워드가 반짝 돌기 시작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유비쿼터스는 세상 어디에나 존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개념적으로 매우 그럴듯해 보이죠. 편재하는 컴퓨티이라니, 뭔가 멋있기 도합니다. 그런데 유비쿼터스 컴퓨팅도 '웹'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이었습니다. 웹(www)이 그물망 처럼 얽혀 있는 네트워크를 의미하는 것이고, 이것이 넓고 촘촘하면 바로 유비쿼터스 컴퓨팅이 되니까요. 개념적으로 그럴싸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웹의 또 다른 이름이었습니다.


스마트러닝, 스마트교육

아이폰이 국내에 출시되고, 갤럭시 시리즈가 서둘러 카피캣으로 등장한 후 무언가 앞에 '스마트'를 붙이는 것이 유행이었습니다. 당연히 이러한 트렌드를 타고 '스마트러닝', '스마트교육' 키워드도 등장했습니다. 저도 SMART 글자에 맞춰서 그럴싸한 모델을 만들어 제안발표도 하고 그랬습니다. 영어 단어로 스마트는 똑똑한 정도의 의미인데, 이것이 학습과 교육 앞에 붙으니 기존 것보다 더 괜찮아 보이는 효과를 내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거의 사용되지 않고, 간혹 K12 영역에서 스마트교육 키워드는 나오는 것 같네요.


빅데이터

모든 자료를 빅데이터로 부르곤 했습니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순식간에 만들어져야 빅데이터라고 이름 붙일 수 있을텐데, 일반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어 있는 숫자들도 빅데이터라고 부르곤 했으니까요. 이때부터 데이터가 미래의 석유다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하긴 했습니다. 사실 생성AI도 빅데이터라고 부르던 데이터들을 학습하면서 발전했으니, 빅데이터가 효용이 크긴 컸습니다. 그렇지만 그 때 당시에는 모든 데이터를 다 빅데이터라고 퉁치면서 장비팔고, 솔루션팔고 했던 상황이었습니다.


4차산업혁명

한때 4차산업혁명이라는 키워드 없이는 정부과제 제안서를 작성할 수 없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공공 영역에서는 거의 모든 문서가 '4차산업혁명을 대비하기 위하여', '4차산업혁명의 변화에 따라' 등의 문장이 나왔습니다. 지금은 어떤까요? 누구하나 4차산업혁명이라고 하는 키워드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 키워드도 정부가 키워낸 버즈워드 중 하나였다는 것이 분명합니다.


메타버스

저도 메타버스로 강의 알바비를 쏠쏠하게 벌었습니다. 메타버스만큼 모호한 키워드도 사실 없었습니다. 소위 개나 고동이나 다 메타버스라고 이름 붙이면서 그럴싸하게 포장을 했으니까요. 메타버스를 가장 처음 분류한 자료를 보면 가상현실, 증강현실, 디지털트윈, 소셜미디어 정도로 용어가 사용되다, 한때에는 진짜 모든 것이 다 메타버스로 불렸습니다. 게임도 메타버스이고, 게더타운 같은 조작형 2D 인터페이스도 메타버스라고 불렀으니까요. 저도 메타버스 인기에 편승에 용돈 번 입장에서 미안한 감정이 있기도 하나, 강의할 때마다 '곧 없어질 키워드'라고 강조를 하긴 했습니다. 그런 후 곧 사라졌죠.


생성AI

그렇다면 생성AI는 어떨까요? 저는 생성AI라고 하는 키워드도 곧 없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위에 언급한 키워드들이 의미가 없지는 않았습니다. 버즈워드를 만들어 펑핑하려는 의도가 없다면, 기술과 데이터는 남아서 이후 산업에 소중하게 사용됩니다. 촘촘한 웹(유비쿼터스)이 없었다면 빅데이터도 없었을 것이고, 빅데이터가 없었다면 생성AI도 나오지 못했을 겁니다. 증강현실, 가상현실 같은 기술이 메타버스로 포장되지 않아도 그 기술은 여전히 게임과 산업 현장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때 발전한 기술이 스마트글래스와 같은 형식으로 다시 인기를 끌 수도 있습니다.

개념만 보면서 그 기술이 가지고 올 가치를 바라보지 않게 되면 매번 개념만 공부하고, 트렌드만 읽다가 또 다른 것을 만나 혼동스러워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공무원들도, 경영자들도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후킹을 해야하니까요. 생성AI도 그런 키워드가 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키워드의 개념이 아니에요. 그것을 지금 하고 있는 일과 삶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죠. 그래서 호기심이 중요합니다. 호기심을 꾸준히 만들어 내야 활용성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호기심을 가지지 않고 그냥 키워드 트렌드만 쫓다가는 간절함에 어쩔 수 없이 내몰리듯 배우고 익혀야 합니다. 그렇게도 못하면 곧 도태될 겁니다.

생성AI 키워드는 없어지겠지만, 이 개념과 기술이 남겨 놓은 잔상은 오래 갈 것 같습니다. 일하는 습관을 바꿔놓을 것이니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성AI 키워드를 바라보고 계신가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에듀테크 업계 돌아가는 이야기를 커넥트온 스터디에서 함께 나누어 보아요.